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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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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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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회 5권 8. 금강산은 언제나 아늑한데(3)

  • 작성일 2010-12-09 오전 6:23:00 |
  • 조회 1906

1126년 7월 문하시랑 판호부사 척준경은 정언 정지상의 탄핵을 받고 유배를 당했다. 유배지는 전라도의 암타도였다. 척준경은 호위무사들과 함께 암타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결국 이자겸과 같은 꼴이 되고 말았지만 반드시 복권하여 권력을 되찾고 말거야. 이자겸 그 늙은이와는 다르지. 하하하.”

분해서일까? 척준경의 얼굴이 가늘게 떨리었다. 이자겸을 제거한 일등공신을 이렇게 내친 황제가 원망스러울까? 아니면 새파랗게 젊은 정지상이란 놈이 미워서일까?

“정지상 그 젊은 놈, 내 반드시 그 놈을 육시할 거야.”

“육시 좋아하네. 미안하지만 네놈한데는 그럴 기회가 없어?”

싸늘한 음성이 척준경의 뒤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다섯 명의 경장차림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었다. 이령, 정연, 서문, 운정, 석명천이었다.

“네놈은 이령이란 자가 아닌가? 이자겸을 제거하고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왜?”

“하하하. 당신을 그대로 두고 가면 억울한 사람이 많지 싶어서 이렇게 당신을 따라왔지.”

“하하하 네 놈이 나를 죽인다고. 그럴 능력이 있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

척준경이 호위 무사의 검을 재빨리 빼앗아 앞으로 내밀었다.

“척준경 네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넌 또 누구냐? 계집이 아닌가? 계집이 감히 나를 죽이려다니? 무엇 때문이냐?”

“너도 그때 그년과 같이 죽어야 하는데 운이 좋아서 여태껏 살아 있지. 하지만 오늘은 죽음을 면할 수 없어.”

“그러면 네 년은 그 때 그 자객인가?”

척준경이 놀란 표정으로 정연을 보았다.

“그렇지. 나는 화가 정행의 딸 정연이지. 네 놈 한데 억울하게 죽은 정행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오늘을 기다렸지. 이제 네 놈도 그 더러운 년을 따라 가야지.”

“그때 죽여야 했는데…….”

척준경이 입을 지그시 깨물었다. 호위 무사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척준경을 호위해보았자 아까운 목숨만 버릴 뿐 이럴 때는 삼십육계가 최고였다.

“죽어라! 더러운 놈!”

정연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정연의 검이 춤을 추었다. 거란족과 여진족이 벌벌 떨었던 맹장 척준경,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았던 무지막지한 완력의 소유자 척준경을 정연이 이길 수 있을까?

“나도 있어. 나도 저놈을 죽일 거야?”

서문이었다. 그녀는 이자겸을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 맺혀서 일까? 권력자에 대한 한일까? 서문의 눈이 이리의 눈처럼 표독하게 변하였다. 정연이 아버지 정행의 잔인한 죽음을 생각하는지 악독하게 척준경을 공격했다.

“저 놈이 척준경이야. 백성의 피를 빨아 배 때지를 채운 나쁜 놈이야. 죽이자!”

변수였다. 항구에 있던 백성들이 일제히 척준경을 향하여 욕을 하면서 돌을 던졌다. 결정타였다. 분노한 백성들의 돌멩이에 척준경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을까?

정연의 검이 척준경의 왼쪽 가슴에 잔인하게 꽂혔다. 척준경은 억울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연이어 서문의 검이 오른쪽 가슴에 꽂혔다.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척준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쓰러졌다. 천하를 주름잡았던 효웅(梟雄)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정연은 쓰러진 척준경을 용서할 수 없는지 잔인하게 칼로 난도질하고 하고 있었다. 아버지 정행 아니 완완행의 처절한 복수극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처절하게 울고 있던 정연이 울음을 멈추고 천천히 일어났다. 운정이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고 서문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울먹이고 있었다.

 

며칠 후 정연과 이령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불민사가 보이는 바닷가에 와 있었다. 장타우와 사갈연 그리고 해우돌과 해련이 멀찌감치 떨어져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령 아우, 정말 고마워. 송나라 개봉에 가거들랑, 설아 아줌마가 키우고 있는 광필이를 꼭 데려와서 개경에서 키워 주어. 내 아들 광필이는 고려인으로 키우고 싶어?”

“알았어. 내가 달리 할 일이 있나 뭐. 이제 이 지긋 지긋한 궁궐은 싫어. 다른 약속은 할 수 없지만 누나의 아들 광필이는 친아들처럼 잘 키울 게. 그런데 어쩌지. 광필이 녀석이 화가가 된다고 하면 말이야.”

“호호호. 화가로 키워야지. 별 수 있어. 제 아비가 화가였고 제 삼촌도 화가였고 제 할아버지도 화가였는데 녀석이라고 화가를 벗어날 팔자가 되겠어. 모르 긴 몰라도 녀석이 할아버지 피를 이어받았다면 어쩌면 이령 동생을 능가하는 화가가 될지 누가 알겠어.”

이사우는 이성학의 아들이었고 정연의 아들 즉 광필은 바로 이사우의 친아들이었다. 그러니 화원의 피를 물려받은 녀석은 운명적으로 화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령아 동생, 이젠 갈 게. 이제 고려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겠지. 아버지의 나라에 가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하겠지. 령아, 내가 금나라에 가면 금과 고려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살기를 바랄게. 금나라가 원래 고려의 핏줄을 이어받은 나라인데 같은 민족끼리 싸운다면 말이 안 되겠지.”

“이제 정연이 누나는 아니지, 완완연으로 살아가겠네. 광필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정연의 눈에 아련한 눈물이 고였다.

“아니야. 내가 다시 올게. 여건만 된다면 꼭 광필이를 보러 올게. 동생한데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지만 꼭 보러 올게.”

‘누나, 걱정하지 마. 나와 설아 아주머니가 잘 키울 거야. 설아 아주머니는 손자 하나만 보고 여생을 살 테니 말이야. 누나가 아들이 보고 싶은 만큼 설아 아주머니도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손자까지 잃으면 살아갈 수 없을 거야. 비극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말아야지. 누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광필이를 설아 아주머니께 맡긴 것을 내 어찌 모르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살아 있는 한 광필이는 훌륭하게 키울 게. 사우형이 그렇게만 죽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이령은 멀어지는 배를 보면서 끝까지 손을 흔들었다. 정연과 장타우 일행들이 동시에 손을 흔들면서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영원히 고려를 떠나서 그들만의 세상으로 갈 것이 분명했다. 인연이 다하면 사람들은 이별이란 또 하나의 의미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진리이자 순리였다.

수십 년이 지나면 정연이 누나는 한 번은 개경으로 오겠지. 그때 정성한 아들 광필이가 어머니라고 부를 지 그게 걱정이 되었다.

 

이령은 그로부터 며칠 후 황제를 배알하였다. 척준경이 귀양을 가다 횡사 당하고 이자겸도 재집권을 꿈꾸다가 김병우와 서문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였다.

“폐하. 오랜만에 뵈옵니다.”

이제 열아홉 살이 된 황제는 제법 의젓하였다. 아니 너무 많은 고통을 겪은지라 이마에 작은 주름살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공. 어디 갔다가 이제 오시오?”

황제는 직접 일어나 이령의 손을 잡았다. 황제 자리를 지켜준 일등 공신인 이령은 황제에겐 구세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폐하, 소인은 이제 개경을 떠나서 살아갈까 합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여생을 보낼까 합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지금부터 짐을 도와서 부황께서 꿈꾼 고려성국을 만들어야지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폐하. 소인이 있을 곳은 대궐이 아니라 화실이옵니다. 제가 폐하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어찌 황송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저는 뭐라고 해도 고려의 환쟁이옵니다. 폐하가 소인께 베풀어 준 은혜 하해와 같은데 어찌 폐하를 떠나고 싶겠습니까? 소인도 폐하 곁에서 영원토록 모시면서 살고 싶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이공 예정민 원주나 정미수 솔거원 원장과 함께 한림도화원을 능가하는 송악도화원으로 양성할 의무가 있지 싶은데 왜?”

“폐하, 제가 없더라도 이미 예정민 원주나 정미수 원장 그리고 고유방은 한림도화원을 능가하는 송악도화원을 반드시 만들 것입니다.”

황제는 알았다. 이령의 마음에 오직 있는 사람은 이모인 윤초라는 것을.

“이공이 그렇다면 내 한 가지 명을 하겠소? 그 명을 받든다면 기꺼이 내 이공을 놓아드리지요?”

“폐하, 소인이 어찌 폐하의 명을 거역 하오리까 무엇이던지 받들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짐은 오늘 날짜로 이자겸의 딸인 두 황비를 폐하겠습니다. 역적인 두 황비를 짐의 아내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겠어요.”

당연한 말이었다. 이미 윤초와 지청은 황비가 아니었다. 이자겸이 귀양을 가는 그날부터 별궁에 유폐되었다. 이자겸과 척준경의 세력이 완전히 제거된 마당에 황비로서 궁에 머무를 이유는 전혀 없었다.

“폐하,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하고 소인이 해야 할 일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이공, 황제로서 명하겠소. 오늘부터 이공은 짐의 둘째 황비이자 막내인 윤초 이모를 수행하도록 명하겠소?”

“폐하! 어찌 그런 명을 소인한데 내리시는지요?”

이령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는 이령에게 황제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령의 손을 잡았다.

“이공! 짐은 다 알고 있었어요. 윤초 이모는 이공을 진심으로 사랑하였고 이공 역시 윤초 이모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이 태자 시절 금강산 표훈사에서 이른 새벽 이모와 이공이 나누는 대화를 짐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4년 전에 이모가 황비로 간택되어 왔을 때 짐이 이모에게 말했소. 이모와 이공의 아름다운 사랑을 지켜주겠노라고. 윤초 이모는 짐을 황제로서가 아니라 조카로 여기고 도와달라고. 이공은 왜 이모가 짐을 위해서 아버지까지 배신하면서 온 몸을 던졌는지 알아요. 이모가 조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공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외조부와 싸워야 했지요. 설령 짐이 외조부한데 죽더라도 이모를 이공한데 가라고 하였겠소. 하하하.”

“폐하 소인이 죽을죄를 졌습니다. 감히 황비마마를 마음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황비마마께 불충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아주십시오.”

이령은 진정으로 용서를 빌었다. 명색이 황비였다. 황비를 마음에 두었다면 그것은 분명 대역죄에 해당되었다.

“하하하. 이공 그러지 마시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되찾게 해주겠다고 짐이 이모에게 말했소.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천민이 뭣이고 중인이 무엇이며 황제가 다 무엇입니까? 인간은 누구나 하늘 아래 평등한 것을요. 그러니 이공은 짐이 내린 명을 반드시 실행하시오. 오늘 부로 짐은 황비를 금강산으로 유배를 보낼 것이니 이공도 짐을 챙겨서 금강산으로 가시오. 그리고 또 하나 명을 하겠소. 금강산의 아름다운 전경을 그려서 꼭 짐 한데 주시오. 아시겠소. 그리고 또…….”

그리고 또는 무엇인가? 아마도 현 정치 현황을 이령에게 묻고 있었다.

‘아! 윤초 아씨가 그렇게 황제를 지키려고 한 이유가 이모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황제가 나와의 사랑을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이령은 그 동안 알게 모르고 윤초 아씨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1127년 4월 황궁에는 도화가 만발하였다. 윤초는 아영과 함께 짐을 꾸렸다. 내일이면 이제 별궁을 떠나서 유배지로 가야만 했다. 아무도 없었다. 윤초는 그냥 역적의 딸일 뿐이었다.

“아영아, 우리가 대궐에 들어온 지 꼭 4년이 되었구나. 그때도 도화가 만발하였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도화가 만발했구나. 세상은 어지럽지만 도화는 변함없이 아름답게 피고 지는구나.”

“마음을 모질게 하시지요. 어차피 아씨는 늘 혼자였잖아요?”

그랬다. 아영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유배를 살고 있는 오빠들과 어머니에 대하여 잊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원한에 사무친 원수에 의해서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였지만 원망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저질렀던 죄 값을 톡톡히 받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역모의 죄를 지었음에도 가족들을 살려준 황제에게 감사를 해야만 했다.

“황비 마마, 판내시부사 최사전입니다.”

황비라니, 이젠 천민일 뿐인데. 역적의 딸일 뿐인데. 판내시부사인 최사전이 어찌 이곳에 왔다는 말인가? 아영은 겁에 질려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죽이려고 온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황비라니요. 최 판내시부사 저는 이제 역적의 딸일 뿐인걸요.”

“어찌 그런 말씀을요. 폐하께서 직접 오셔야 하겠지만 눈이 있어 오히려 황비마마께 폐가 될까봐 소인을 보냈습니다. 폐하께서 혹시라도 부족한 것이 없는지 보살피라고 하면서 소인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모님 그동안 못난 황제를 여러 번 구해주어서 감사하다고요. 심지어 목숨을 던져 황제를 구한 이모님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폐하. 어찌 역적의 딸인 소녀에게 그런 말을. 폐하의 성은이 하해와 같습니다.”

윤초는 흐느껴 울었다. 아영도 덩달아 울고 있었다, 최사전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폐하가 마마께 내린 서한입니다.”

최사전이 황포에 쌓인 편지를 윤초에게 건 냈다. 윤초는 눈물을 멈추고 폐하가 있는 곳으로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황포를 풀었다.

 

『윤초 이모! 이렇게 불러보고 싶네. 나에게는 윤초 이모는 어머니와 같았어. 언제나 나를 따뜻이 보살펴 준 은혜 이렇게 서한으로 감사드려. 4년 전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어. 이공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지켜드린다고. 이모의 마음에 이공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궁궐을 떠나기 전에 이공을 찾길 바란다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윤초 이모께 아픔을 드린 것을 용서바래. 이모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모님은 이해해줄 것으로 믿고. 이모를 좋아하는 조카가 드림』

 

“흐흑. 폐하 어찌 이리도 죄인에게 은혜를 베푸시는지요. 소녀 어찌 폐하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지요.”

윤초가 흐느꼈다. 이미 이공과의 사랑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해주었고 오히려 그 사랑을 이루게 하려는 황제의 은혜를 어이 잊을 수 있으며 이모라고 불러준 황제의 자상한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역적의 딸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영아, 지필묵을 가져 오너라?”

윤초가 황제에게 드릴 마지막 글을 작성하겠다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으리. 윤초는 글을 끝내자 황포에 고이 감싸 판내시부사에게 주었다. 글을 받은 최사전의 손이 약하게 떨렸다.

“판내시부사 그동안 저에게 잘해준 점 결코 잊지 않을게요. 역적의 딸 주제넘은 말이지만 폐하를 잘 모셔주길 바랍니다.”

“마마가 그동안 저희 아랫것들에게 베풀어준 넓은 아량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최사전이 큰절을 하고 물러가자, 윤초는 폐하가 있는 회경전을 향해서 큰절을 올렸다.

“아영아. 가자.”

“아씨, 어디로 갈 건지 아십니까?”

“나도 몰라. 군사들이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주겠지. 절해고도나 첩첩산중일 테니 말이야. 아영이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씨, 또 그런 소리. 자꾸 그런 소리 하시면 도망갈 거 에요. 그런 말씀 하시지 말고 웃으세요. 아씨는 웃어야 예쁘니까요.”

“그래. 그러면 웃어야지. 이렇게. 호호호.”

『폐하! 소녀 황은에 감사드리면서 결코 죽어서도 그 은혜 다 갚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폐하! 소녀는 결코 이령 공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폐하의 명이라도 그건 받들 수 없음을 감히 말하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폐하와 고려 황실의 평안과 안녕을 빌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면서 물러갑니다. 윤초 드림』

 

황제는 회경전에서 윤초가 남긴 글을 읽으면서 멀어지는 윤초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모. 이공을 만나고 만나지 않고는 이모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이모가 가는 금강산은 윤초 이모와 이공의 아름다운 사랑이 남아 있는 곳이지. 조카는 알아요. 이공이 금강산에서 무엇을 할지. 이령공이 그림을 그리면서 불도에 전념하겠지만 결코 승려는 될 수 없겠지요. 금강산 표훈사 성각 큰 스님은 이령 공은 절대 스님이 될 수 없다고 했으니 말이야. 이모! 이령공과 남은여생 행복하게 살아야 해. 조카가 금강산에 꼭 가 볼 테니까. 하하하.’

황제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송악산 정상에는 한 줄기 뭉게구름이 서쪽으로 황급히 사라지고 있었다.

 

댓글 (2)

너은들 2010-12-09 오후 9:54:00 답글
이령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광필은 고유방과 더불어 많은 그림을 남겼다. 특히 궁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림으로 남겼지만 불행히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다만 삼한도라는 걸작이 있었지만 이 역시 몽고로 가져갔거나 몽고 침입 때 소실된 것이 틀림없다. 이광필은 고유방에게 그림을 배웠고 때론 사제 간으로 또는 라이벌로서 고려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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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은들 2010-12-09 오후 9:57:00 답글
척준경은 정언 정지상에게 황제를 핍박하고 군대를 동원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죄로 탄핵을 받아 암타도에 유배되었다가 인종 5년 1127년에 곡주로 옮겨 가족들과 함께 살게 하였다. 그 뒤 1130년에 인종으로부터 사면을 받았고 1144년 인종 22년에 조봉대부 검교호부상서를 제수 받았으나 얼마 후 병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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